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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감성적인 영화 her, 그녀의 사랑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나다

 

 

her
영화 her

 

 

그녀 / Her, 2013

감독 :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주연 :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테오드르 역,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사만다 역(목소리 출연)

개봉 : 2014년 5월 22일
재개봉 : 2019년 5월 29일
장르 : 로맨스, 멜로
국가 : 미국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5분

 

 

 

 

 

 

 

탁월한 각본과 연출, 훌륭한 연기로 이룬 성과

영화 「그녀」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작품으로 OS와의 사랑에 빠진 남성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주요 영화제의 각본상을 휩쓸었는데요. SF적인 요소와 보편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조화롭게 녹여내어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두 주인공들에게 눈길이 많이 갔는데요. 일단 어두운 분위기의 역할을 많이 했던 호아킨 피닉스가 붉은 톤의 따뜻한 느낌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단정하고 환한 색상의 옷을 입고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 것도 너무 새로워서 처음에는 그 부분을 집중해서 볼 정도였어요. 당연히 연기는 탁월하기에 곧 어색함 없이 빠져들었지만 넓고 깊은 그의 스펙트럼이 놀랍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목소리만 출연하는 스칼렛 요한슨 역시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도 매력을 전달하는데 전혀 부족함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것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로 호탕하고 생각이 많은 매력적인 OS역할이 너무 잘 어울렸는데요. 로마 국제 영화제에서 목소리 연기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방식으로 진정한 사랑을 깨닫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느끼며 대필 편지를 써주는 작가입니다. 그는 실제 경험하지 않은 의뢰인들의 삶이나 상황에서의 감정을 따뜻한 관점으로 풀어서 감동적인 편지를 써주는 것에 소질이 있는 작가인데요. 실제 본인의 인생에서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느껴집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성장을 지켜본 캐서린과 결혼을 하여 행복한 나날을 지내다가 나중엔 싸우기를 반복하여 이혼할 상태에 놓여 있는데요. 아직 그녀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아서 이혼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구입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사만다입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아무 거리낌 없이 테오도르에게 다가오고 둘은 점점 친해지고 급기야 연인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사만다는 아무리 인공지능 OS라 해도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감정이랑 거의 똑같은 수준의 교감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요. 중간중간 농담도 잘하고 테오도르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에 마음 아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테오도르가 캐서린과의 이혼을 망설일 때 그에게 조언을 하는 사만다에게 사람을 잃는 것을 알기는 하냐는 말을 하자 그녀는 그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스스로를 신기해하며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OS인 자신의 그러한 감정들이 혹시 가짜는 아닐까 하고 말이죠.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힘을 주는데요. 테오도르는 자신의 감정이 가짜일까 고민하는 사만다에게 그에게는 그녀가 진짜라고 말해줍니다. 또한 사만다 역시 그가 힘이 없어 보일 때마다 적절한 말 또는 행동을 유도해 결국 웃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둘은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셔츠 윗주머니에서 테오도르의 움직임을 따라 세상을 함께 보는 사만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테오도르의 표정은 그 어떤 연인들보다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둘이 짧은 여행을 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 정말 나에게도 저런 OS가 있다면 좋겠다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만다는 늘 자신이 육체가 없어서 테오도르와 어떤 걸 남길 수 없다는 것에 고민이 있어 보였는데요. 어떤 날은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함께 한 그 순간을 기념해 작곡을 하여 둘의 사진이라 칭하며 들려주기도 합니다. 둘의 그러한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는 진지한 대화들과 교감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데요. 사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OS와 교감을 나누고 있었더라고요. 어느 날은 갑자기 사만다가 연결이 안 되어 테오도르가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데 업그레이드 중이었다고 하며 그녀가 다시 나타납니다.

 

 

 

사만다는 뭔가 변화가 생긴 듯한데요. 그 순간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사만다에게 물어서 그녀가 자신 말고 641명의 다른 이들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되는데 그때의 테오도르는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의 반응에 사만다는 자신은 사랑할수록 용량이 더 커져서 더 사랑하게 된다고 하는데 테오도르는 그녀가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다시 한번 묻습니다. 그 물음에 사만다는 당신의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고 대답을 합니다.

 

영화 「그녀」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테오도르와 사만다도 이별에 가까워지는 분위기가 흐르고 결국 OS들 모두와 함께 그녀도 떠나게 되는데요. 테오도르는 그제야 비로소 사랑의 감정에 대해 성숙한 정리를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에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편지를 써주던 것과는 대조되게 오랫동안 사랑과 상처의 상징으로 붙잡고 있던 캐서린에게 진심을 다한 편지를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도 사랑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의 의미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특별한 사유를 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며 마무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