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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문라이즈 킹덤]샘과 수지의 사랑스러운 왕국

 

Moonrise Kingdom
웨스 앤더슨의 영화 [문라이즈 킹덤]

 

 

아름다운 배경과 소품 속에 탄생한 웨스 앤더슨의 동화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1965년의 가상의 섬인 뉴 펜잔스 섬을 배경으로 한 특별한 두 소년, 소녀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웨스 앤더슨 영화가 늘 그렇듯이 이 작품 또한 아기자기한 소품과 시대를 정확하면서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반영한 배경이 돋보입니다. 또한 완벽하게 준비된 웨스 앤더슨의 공간에서 앤더슨화 된 유명 배우들의 연기 또한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와 함께 집이 그려진 그림에서부터 시작하는데요. 곧 화면은 이동해서 그림 속집의 실제 내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남자아이가 어두운 공간에서 레코드판을 틀며 그 주위로 2명의 남자아이들이 모여 같이 듣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브리튼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퍼슬의 변주곡을 설명하고 그 음악을 들려주는 내용의 레코드입니다.

 

 

 

그리고 '문라이즈 킹덤'의 주인공 수지가 우편함에서 편지를 꺼내 읽는 신이 나오는데 아마도 그의 남자 친구 샘이 보낸 편지인 듯합니다. 처음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인형의 집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인테리어 된 수지가 사는 이 집에서 매력을 한껏 느꼈는데요. 다시 배경은 카키 스카우트의 아이반호 캠프로 옮겨져서 워드 단장이 대원들을 체크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샘 샤커스키가 사라진 것이 발견되는데요. 워드가 샘의 텐트를 열어 종이로 가려진 구멍을 확인하며 샘의 탈출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쇼생크 탈출'이 생각나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샘과 수지는 들판에서 각자의 짐을 챙겨서 만나게 되는데요. 수지의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샘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둘이 만나게 되는 이 장면은 아름답고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둘은 1년 전 연극 공연에서 까마귀 역을 맡은 수지에게 샘이 한눈에 반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소년, 소녀는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펜팔로 둘의 친밀도는 높아져서 함께 탈출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샘은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위탁 가정을 전전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친구들의 따돌림까지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변호사 부모님을 둔 수지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문제아로 낙인찍혀 친구들, 가족들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우울함에 힘들어합니다. 둘은 그러한 서로의 외로움과 슬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보듬어 주며 서로가 긍정적으로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격려하는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수지의 집에서 그 편지들이 발견되면서 둘이 함께 사라진 것이라는 것을 안 마을 어른들은 아이반호 대원들과 함께 소년, 소녀들을 찾아 나섭니다.

 

 

 

샘과 수지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중에 텐트를 치고 낚시까지 하며 음식을 해 먹고 서로의 물품을 체크하는 시간도 갖게 되는데요. 그때 수지가 가져온 물건들은 도서관에서 훔쳐온 좋아하는 책들, 동생에게 빌려온 전축, 고양이 사료, 그리고 실제로 고양이까지 데려옵니다. 이 장면에서 역시 아이들은 순수해서 생필품이 아닌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에 중점을 두고 애장품들을 챙겨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란 텐트, 캠핑 램프, 영화를 위해 제작되었다는 책들 등 소품 하나하나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파는 곳이 있다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러한 소품들을 시대에 맞게 그것도 디자인이나 색감을 매력적으로 재현해내는 것은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많은 노력과 공이 들어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둘은 목적지인 '마일 3.25 조류 통로'란 해안에까지 도착한 후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해안가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해안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이름을 지어볼까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이름을 짓는 장면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달이 뜨는 왕국이라는 의미의 '문라이즈 킹덤'은 이들이 지은 해안가의 이름입니다.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감독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들어졌으며 그 시대의 감성을 보여주기 위해 1960년대의 음악과 소품, 장면들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세팅된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세대의 배우들은 같은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는 성숙한 12살 주인공들과는 달리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어른들의 관계도 묘사됩니다. 이 영화는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첫사랑 영화이고 거기에 익살까지 더해져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감성을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