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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위플래쉬]광기로 이뤄낸 예술의 한계

 

 

WHIPLASH
위플래쉬, 2014

 

 

영화 '위플래쉬'의 탄생

영화 '위플래쉬'는 데미언 샤젤 감독의 첫 번째 장편으로 2014년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제87회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부산 국제영화제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명문 음악학교로 나오는 셰이퍼 학교의 자부심 강한 재즈밴드에서 벌어지는 선생과 제자의 도를 넘는 열정과 광기를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당시 데이먼 샤젤 감독은 유명하지 않았기에 처음엔 제대로 된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 첫 수업을 받는 장면을 단편으로 완성도 있게 제작한 후 호평을 받아 투자를 받는 데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학창 시절 실제로 재즈 드러머로 활동했던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직접 집필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감독은 고교시절 밴드에서 음악을 하면서 예술에 대해서 대립된 생각, 즉 예술은 즐거워야 한다와 예술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된다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플래쉬'는 그것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녹아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플래쉬'의 광기 어린 인물들

앤드류 네이먼(마일스 텔러)

'위플래쉬'에서 최고 재즈 드러머의 꿈을 안고 셰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하는 앤드류는 전설의 재즈 드러머인 '버디 리치'를 동경하는 학생입니다. 초반에는 순수하고 약간 어리숙해 보였으나 플레쳐 선생을 만나고부터 그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심해져 점점 더 자신 스스로를 광기로 몰아가는 인물입니다.

 

최고의 재즈 드러머를 꿈꾸는 주인공을 맡은 마일즈 텔러는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무명 배우에 가까웠는데 '위플래쉬'에서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실제로 15살 때부터 드럼을 연주해왔지만 재즈 드럼은 익숙하지 않아서 몇 개월 동안 연습하여 'Caravan'과 'Whiplash'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연주 장면은 대역 없이 직접 연주하고 일부는 그의 연주를 더빙 없이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합니다.

 

테런스 플레쳐(J.K. 시몬스)

명문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도 실력 있는 재즈 밴드 지휘자이자 선생인 플레쳐는 '그 정도면 잘했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하며 등장합니다. 그 말에 걸맞게 도를 지나친 그의 교육 방식은 학생들의 상황이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벼랑으로 몰고 가서 자살까지도 하게 만듭니다.

 

그는 연기인지 아니면 이중성인지 아니면 교육 방식의 일종인지 모를 인간적인 따스함도 가끔 잠깐씩 내비치는데 그런 당근 후의 무자비한 채찍질은 더 소름 끼치고 학생들의 멘털을 무너지게 하는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플레처 역의 시몬스 역시 음악학교 출신으로 중간에 플레쳐 선생이 어느 클럽에서 평소와는 대조되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역 없이 실제 연주를 한 것이라고 합니다.

 

 

 

광기로 얼룩진 삶에 대한 안타까움

영화 '위플래쉬'를 보면서 누구나 플레쳐 선생의 미친 교육방식에 대해서 무거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물론 영화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 과장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봐도 재능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못된 교육자로 느껴졌습니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몇 등 안에 못 들면 벌을 선다던지 벌금을 낸다던지 하는 등의 규칙이 적용되면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효과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약점을 때로는 언어로 때로는 물리적인 폭력으로 당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뿐 장기적으로는 실력을 향상하는 데에 오히려 방해 요소만 되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물론 앤드류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포기하거나 기죽는 대신 플레쳐에게 맞서서 극한의 한계까지 다다라서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연주적으로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날의 그 연주가 끝나고 나서 그의 음악 생활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드는데요. 아무리 봐도 광기와 열정은 다르기에 영혼까지 탈탈 털린 그가 음악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앤드류를 바라보는 그의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 연주를 멋지게 성공하여 실력을 인정받은 것에 대한 통쾌함보다는 본인을 드럼과 바꾼 것 같은 안타까움이 느껴져 마음이 답답해지도 했습니다. 또한 플레쳐 선생은 계속 뒤통수를 칠 사람이기에 그가 잠깐 보인 호응에도 안심을 할 수가 없을 것이고요. 이러한 점에서 '위플래쉬'는 음악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멋진 연주가 나옴에도 온전히 음악을 즐길 수 없이 보는 내내 망가져가는 주인공에 대한 연민에 애처로운 마음이 컸던 영화였습니다.